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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퍼링 잦고 강제 가입 압박"…'하이러닝', 현장 불만 폭주

등록 2025.06.30 18:17:32수정 2025.06.30 19: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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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사노조 설문 응답자 88% "사용 안 해"

시스템 구축 미비 사용자 편의성 낮아

"AI 평가 기능은 기대"…정책 소통엔 아쉬움

[수원=뉴시스] 13일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들이 도내 초중고 162곳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 AI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인 '하이러닝'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3.09.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13일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들이 도내 초중고 162곳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 AI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인 '하이러닝'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3.09.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 수원시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최근 하이러닝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수업 중 갑자기 교사 계정이 끊어지자 전체 학생들이 수업에서 튕겨나간 것이다. 학생들은 다시 '크롬'(인터넷 브라우저)을 켜고 하이러닝을 검색한 뒤 접속해야 했다.

학생들이 하이러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것도 교사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이럴 때마다 A씨는 관리자 계정으로 들어가 학생들 계정을 일일이 초기화해줘야 한다. 그 사이 나머지 학생들은 소란스러워지고, 정작 수업 내용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A씨는 "매번 이런 식으로 수업시간을 허비하면 활용하기가 꺼려진다"며 "기존에 잘 쓰던 다른 방법들도 있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디지털 교육 플랫폼인 '하이러닝'이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교사들에게 하이러닝 사용과 연수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교사들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실적을 위한 정책 추진이 아닌 현장 중심의 점진적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30일 경기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달 9일부터 18일까지 도내 교사 43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이러닝 운영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8.4%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한 달에 1~2회 활용한다'는 5.8%, '주 1~2회'는 3.1%, '주 3~4회'는 1.7%에 불과했다.

교사들이 하이러닝 사용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전한 시스템 구축이다. 특히 빈번한 버퍼링으로 수업 진행이 중단되는 일이 잦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콘텐츠 부족과 기능 제약도 문제다. 또 다른 교사는 "하이러닝은 구현하는 틀만 있고 선생님들이 자료를 일일이 찾아서 넣어야 한다"며 "PPT 자료도 애니메이션 기능이 전혀 구현되지 않아 활용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18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 시연회에서 교육청 관계자가 교과별 서술형 문항 예시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도교육청은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손글씨 답안을 AI가 자동 인식하고 채점하는 시스템을 공개했다. 2025.06.18. pj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18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 시연회에서 교육청 관계자가 교과별 서술형 문항 예시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도교육청은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손글씨 답안을 AI가 자동 인식하고 채점하는 시스템을 공개했다. 2025.06.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가입 과정도 복잡하다. 교육디지털원패스를 발급받지 않은 학생들은 별도 계정이 필요한데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면 담임교사가 일일이 초기화 작업을 해줘야 한다. 게다가 만 14세 미만 학생들은 보호자 동의를 거쳐 교육디지털원패스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를 꺼리면 교사들이 부모를 설득해야 하는 등 부담이 늘어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선 교육지원청들이 하이러닝 실적을 위해 사실상 가입을 강제하고 있다며 교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경기교사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6%가 하이러닝 가입에 '강제성이 있었다'고 답했다. 노조 측은 "올해 들어 각 교육지원청에서 하이러닝 가입률과 활용률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민원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공문이 아닌 메신저로 '가입률이 저조하니 높여달라'는 식의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러닝을 활용하는 한 교사는 "모든 것이 디지털 교육이 답은 아닌데, 마치 모든 것을 디지털화해야 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어 그동안 해왔던 교육이 전부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선생님들까지 일률적으로 연수를 받게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토로했다.

일선 교사들은 이같은 반발이 정책 추진 방식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대규모 디지털 플랫폼은 완성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이런 현실을 교사들과 미리 공유하고 함께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하이러닝의 긍정적 기능을 높게 평가하는 교사들도 있다. 이들은 올해 도입 예정인 AI 서논술형 평가 기능은 교사들의 평가 업무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학교 단위 또는 교사들이 개별적으로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 거대언어모델(LLM) 플랫폼을 사용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 부담도 하이러닝이 줄여줄 것으로 전망한다.

한 교사는 "플랫폼을 먼저 출시하고 강제적으로 사용률을 높이려 하기보다는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부터 교사들과 소통하며 단계적으로 사용성을 개선해나갔다면 현장의 협조를 얻기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교육지원청에서 과잉 경쟁처럼 가입을 권장하는 부분이 있어 선생님들이 강요로 느끼는 면이 있는 것 같다"며 "절대 강요해서는 안 되고, 선생님이 판단해서 필요한 교과와 상황에 자유롭게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퍼링 등 기술적 문제에 대해서는 "학내망 개선 사업을 통해 개선해 나가고 있지만 많은 시설로 인해 시간이 걸린다"며 "환경과 인프라를 갖춰가면서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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