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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다미가 캐릭터를 설득하는 법

등록 2025.06.11 05: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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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시리즈 '나인 퍼즐' 윤이나 연기

독특한 패션 특이한 말투 생경한 캐릭터

"결국 관객이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설득 위해 연기 디테일 차분히 쌓았다"

"과작하는 배우…최선 다하기 위한 리듬"

[인터뷰]김다미가 캐릭터를 설득하는 법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디즈니+ 시리즈 '나인 퍼즐' 주인공 윤이나는 처음 보면 마뜩잖은 캐릭터다. 경찰이고 프로파일러라고 하는데 저 독특한 패션은 무엇이고 아이 같은 말투는 다 뭘까 싶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고 비상한 머리를 가진 건 맞지만 제멋대로인 행동 방식은 처음 보면 호감을 갖기 어렵기도 하다. 그런데 '나인 퍼즐'을 한 회 한 회 보다 보면 이 못마땅한 윤이나에게 서서히 스며들게 된다. 정확히 어느 지점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나도 모르게 윤이나의 단점 같은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 다른 건 다 부수적인 것일 뿐이고 그의 추리 그리고 그의 마음이 더 궁금해질 뿐이다.

윤이나를 연기한 건 배우 김다미(30). 김다미는 아마도 자신감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엔 생경해도 결국 윤이나라는 인물을 시청자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할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이다. "보는 이들이 인아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조금은 걸릴 거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아가 그런 사람일 거라는 나름의 확신 같은 게 있었어요. 초반엔 당연히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일단 초반부를 지나가자 그 이후론 의문이 없었어요. 재밌더라고요."

윤인아는 10년 전 고등학생 때 유일한 가족인 삼촌이 살해당해 숨져 있는 걸 목격한다. 당연히 그 역시 용의자 중 한 명이었으나 범행 증거는 없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10년 후 윤인아는 경찰이 된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프로파일러. 그런데 삼촌 살해와 관련 있는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는 연쇄살인을 확신하고 강력계 형사 김한샘과 공조를 하기로 한다. 그런데 김한샘은 10년 윤이나 삼촌 살해 용의자로 윤이나를 의심했던 인물. 그가 범인일 거라고 확신하며 계속 그 사건의 파헤쳐 왔다. 그런 두 사람이 이젠 한 팀이 된다.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이 그랬고 함께 호흡한 배우 손석구가 그랬던 것처럼 김다미 역시 '나인 퍼즐'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만화 같다고 생각했다. 만화 같은 이야기이니까 등장 인물도 그래야 했다. 윤 감독, 손석구, 김다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그리고 촬영을 하면서 끊임없이 함께 대화하며 캐릭터를 하나 씩 만들어갔다. 인아의 옷차림, 인아의 말투, 인아의 평소 행동, 인아의 변화의 각종 세부 사항을 설정했다.

"모든 게 고민 끝에 나온 겁니다. 인아의 넥타이는 그의 패션에 포인트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나온 아이템이죠. 인아가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무늬 어떤 패턴의 옷을 입을지까지 생각했어요. 액세서리와 손톱 색깔 하나까지 논의하며 골랐습니다. 그런 것 하나 하나가 인아를 설명해준다고 생각했거든요. 프로파일링 할 때 쓰는 안경도 그렇게 나온 것이고요. 연기도 그래요. 석구 오빠와 함께 얘기하며 각자 캐릭터를 두 사람 관계를 쌓아 간 겁니다. 작은 표정, 작은 행동  하나 하나 의논해서 결정하고 활용해서 시청자를 서서히 설득시키려고 했어요. 그렇게 캐릭터가 그리고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게 참 재밌더라고요."
[인터뷰]김다미가 캐릭터를 설득하는 법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완성했고 그 과정이 재밌었다고 얘기했지만 윤이나를 연기하는 게 쉽지 만은 않았다. 그 독특한 성격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일이기도 했고, 연쇄 살인 사건 추리를 이끌어가는 인물이기에 대사량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김다미는 "등장 인물이 워낙 많은데다 그들의 이름을 언급해야 할 때가 잦은데 그 이름 하나 하나 틀리지 않고 말하는 것도 쉽지가 않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인아가 설명을 하는 장면에서도 그의 캐릭터가 드러나길 바랐어요. 앞선 작품들에선 이런 설명하는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거 쉽지 않더라고요. 감정과 표정을 담아서 설명도 하고, 그 설명이 지루해져선 안 되니까요. 새로운 걸 또 배웠어요."

김다미는 2018년 영화 '마녀'로 데뷔했다. 워낙에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기에 그를 차세대 여성 배우로 꼽는 이들이 많았다. 이후 그는 의외 행보를 보여줬다. 크게 주목 받은 배우들은 대개 쉴 새 없이 영화·드라마를 찍으며 경력을 빠르게 쌓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김다미는 말하자면 속도 조절을 한 것이다. 그는 이후 약 7년 간 영화 '소울메이트'(2023),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 '그 해 우리는'(2021)을 한 게 전부였다. 그래서 김다미를 얘기할 땐 과작 배우라는 말이 늘 따라 붙는다. 하지만 그가 윤인아라는 인물을 만들어 간 과정에 대해 듣고 나니 그 작품수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에너지가 많지 않은 편이에요. 한 작품을 한 뒤에 충분히 쉬지 않으면 작품에 힘을 다 쏟아 부을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 이 리듬이 저한테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작품을 보는 분들에게 배우 김다미로 보여지고 싶지 않아요. 온전히 제가 연기한 캐릭터로만 보였으면 합니다. 그런 배우가 되려면 한 번 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열심히 해야 하고 그렇게 연기하고 나면 조금은 쉬어야 합니다.(웃음)"

김다미는 자신을 매우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라서 연기할 땐 다소 센 캐릭터를 고르는 거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지만 연기할 땐 늘 도전을 원한다고 했다. "나를 깨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제 성격을 변화시키겠다는 게 아니라 그 전에 제가 해보지 않은 역할에 도전하면서 저를 규정하는 것들을 깨는 겁니다. 아직 할 게 너무 많습니다. 사극도 해보고 싶어요. 아주 어두운 것도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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