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재명 공약에 숫자가 안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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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대선 경선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 공약은 물론 각 분야 공약을 쏟아냈다. 내용상 대체로 총론적인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목표와 수치를 빼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큰 틀의 정책 방향만 제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 후보는 수도권 공약으로 주택 공급 확대 방침을 밝히며 서울 노후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를 약속했는데 구체적인 주택 공급 규모나 용적률·분담금 완화 기준 등은 발표하지 않았다. 2022년 대선 당시 서울 48만호, 경기·인천 28만호 등 총 311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전략적 모호성'으로 비칠 만큼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적 대립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 후보는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에서 다시 출발하겠다"며 의대 정원 '합리화'를 말했다. 정년 연장과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 이전 등도 이슈는 먼저 띄웠지만 "사회적 합의로 추진하겠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논쟁적인 사안은 국론 분열을 우려해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나가겠다는 의중으로 읽히지만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양다리 공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2일 발표한 10대 대선 공약에도 숫자는 빠졌다.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 '세계질서 변화에 실용적으로 대처하는 외교안보 강국',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아동·청년·어르신 등 모두가 잘사는 나라' 등 추상적인 표현이 주로 담겼다.
안보 공약을 보면 논란을 피하는 모습이다. '북한 핵 위협 단계적 감축', '한반도 비핵화 목표 아래 남북 관계 복원', '한미 동맹 기반하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 등을 제시했는데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대선후보 첫 TV 토론에서도 논란이 될 사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정년 연장 공약과 관련해 "젊은 세대 일자리에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질문에 "극단적"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낼 뿐 구체적인 내용을 답하지는 않았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하느냐"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물음에는 "방향은 맞는다고 보지만 이걸로 갈등이 심화하면 해야 할 일들을 못 한다"고 답했다.
토론회나 인터뷰 횟수도 최소화했다. 돌발 변수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그는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3번의 법정 TV 토론회에만 참석하고, 언론 단체 등이 주최하는 토론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거부 방침을 정했다. 이를 두고 '침대축구' '부자 몸조심'이라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은 선거 결과에 정책과 공약은 큰 변수가 아니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도 "애초에 이번 대선은 정책 선거가 아니다"며 "전무후무한 내란 심판 선거에서 무슨 정책을 따지냐"고 말한다.
그러나 선관위가 내놓은 유권자 조사에서 정책과 공약을 중요하게 본다는 응답은 27.3%로 인물에 이어 두 번째였다. 특히 2030대는 인물보다 공약을 우선한다고 답했다.
대선은 이제 11일 남았다. 민주당은 이번 주 초반 공약집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다음 주 중반께 공개하기로 했다. 막판까지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있는지' 거듭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공약집은 당선되면 5년간 나라를 어떻게 운영될지 방향과 정책을 보여주는 국민과의 '5년 간의 약속'인데 여기에도 구체적 수치 등은 담기지 않을 것이라는 게 선대위 정책본부의 설명이다. 관심이 큰 세제 개편도 추계 분석의 변동성이 크다며 세부 내용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 후보는 최근 유세 현장에서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12년간 공약이행률이 95%에 달한다는 점을 자화자찬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 공약을 두곤 "구체적으로 밝힌 게 없는 데 검증할 게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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