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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색 초월한 지자체 협력, 왜 '혈세논란'에 발목 잡혔나[초점]

등록 2025.06.19 05:01:00수정 2025.06.19 05: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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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봉화군 9년 교류 끝의 결실…경북봉화 '청량산 캠핑장'

소멸위험지역, 수원시 투자로 연간 20억 경제효과 기대

시의회 야당 "예산 낭비" 반발, 정치적 논란에 상생모델 '흔들'

[수원=뉴시스] 청량산 수원캠핑장 계획도. (사진=수원시 제공) 2025.06.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청량산 수원캠핑장 계획도. (사진=수원시 제공) 2025.06.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  수원시가 경북 봉화군에 19억 여원을 들여 캠핑장 조성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업은 이재준 수원시장의 지역 간 상생 철학에서 나온 정책이지만, 지역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며 지방자치 협력의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19일 봉화군과 수원시에 따르면 두 지역의 인연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원화성문화제와 봉화송이축제를 통한 상호 교류가 9년째 이어지면서 2024년 6월 공식적인 우호도시 협약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교류 역사가 청량산 캠핑장 공동 운영이라는 협력의 결실로 이어졌다. 봉화군의 10년 간 무상 운영권 이전과 수원시의 시설 개선 투자가 결합된 상생 모델이다.

2017년 개장한 청량산 캠핑장은 약 1만1595㎡ 규모로 카라반·글램핑·데크 등 총 34개 시설로 꾸려져 있다. 캠핑장에는 관리동과 샤워실, 화장실, 개수대 등 기본 시설과 족구장·농구장 등 체육시설, 파고라·사각정자·어린이놀이시설·분수대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남한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도립공원 청량산 일대에 있으며 수려한 자연경관과 기암괴석, 청량산 하늘다리, 낙동강 래프팅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천혜의 조건으로 캠핑족들로부터 "자연 병풍이 너무나 아름답고 시설도 좋아 만족스럽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수원시가 이런 캠핑장 투자에 나선 데는 이재준 시장의 과감한 결단이 밑바탕이 됐다.

이 시장은 2022년 11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을 앞두고 "수원특례시 같은 대도시는 '우리 도시에 기부해달라'가 아닌 '소멸위험 지자체에 기부해달라'는 취지로 홍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신념을 보였다. 인구 120만 명이 넘는 특례시 단체장으로서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과의 상생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실제로 이 시장은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당시 '고향사랑e음 시스템'을 통해 연천군, 전라북도, 충남태안군, 전남해남군, 경북포항시 등 5개 지자체에 고향사랑기부금을 온라인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연천군, 태안군, 해남군은 지방소멸 위험지역이며 전북은 전주시를 제외한 13개 시·군이 소멸위험지역이다. 포항시는 이 시장이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자 수원시의 자매도시다.
[수원=뉴시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소멸위험지역과의 상생을 위한 고향사랑기부제를 독려하고 있다. 수원시는 최근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인 경북 봉화군에 19억여 원을 들여 캠핑장을 조성하고 10년간 운영권을 확보하는 상생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5.06.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소멸위험지역과의 상생을 위한 고향사랑기부제를 독려하고 있다. 수원시는 최근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인 경북 봉화군에 19억여 원을 들여 캠핑장을 조성하고 10년간 운영권을 확보하는 상생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5.06.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청량산 수원캠핑장 사업은 이같은 철학이 구체적 정책으로 구현된 첫 사례다. 특히 이번 사업의 배경에는 봉화군의 절박한 인구소멸 위기가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24년 발표한 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봉화군은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수원시의 7개 자매·우호도시 중 인구는 가장 적고 인구 감소율은 가장 높다.

봉화군 인구는 1967년 12만 명을 정점으로 지속 감소해 현재 2만8900여명에 불과하다. 2023년 7월에는 3만명 선이 붕괴됐고 지난해 사망자 535명에 비해 출생자는 46명에 그쳤다. 시는 캠핑장 조성으로 봉화군에 연간 20억 여 원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측한다.

캠핑장 관리 근로자로 봉화군민 10명을 채용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한다. 청량산·청량산박물관, 백두대간수목원 등 천혜의 관광자원과 연계한 관광 활성화도 노릴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수원시민들도 50% 할인된 비용으로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어 일방적 지원이 아닌 상호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 지역 지원사업과 차별화된다. 봉화군은 관광 수입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수원시민은 저렴한 여가 시설 이용이라는 혜택을 각각 얻는 구조다.

하지만 현재의 이러한 협력 모델은 개별 지자체장 의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만일 지역 간 상생이 지방자치 발전의 계기가 되려면 중앙정부가 특별교부세나 포상금 등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 지역 간 협력사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실제로 수원시의회 국민의힘 측은 회기 중인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 접근성과 실효성이 떨어지는 곳에 혈세를 낭비한다"며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이번 논란으로 봉화군도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수원시장이 국민의힘 소속 봉화군수와 협력해 추진한 상생사업이 정치적 갈등에 휘말리면서 예상치 못한 파장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봉화군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현재 군의회를 포함한 경북도의회, 국회 역시 모두 국민의힘 소속으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정치적 배경 속에서 기초단체장의 초당적 협력 사업이 오히려 특정 세력의 공격 소재가 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수도권 기초의회 출신 한 인사는 "이번 논란은 인구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중앙정부는 물론 지역 간 협력이 불가피한 시점에 우리 지방자치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시험대"라며 "지역 이기주의를 넘어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을 고민하는 지방자치로 발전할 수 있을지, 아니면 행정구역 경계에 갇힌 생각에 머물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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