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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Lorde),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자랑스러우면서 가장 보편적인

등록 2025.06.27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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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규 4집 '버진(Virgin)' 발매

정체성·가치관 등 20대 후반 고민 녹여내

"이번 앨범은 하나의 여정…미션 수행 느낌"

"리듬감이 세련되게 발전한 앨범"

"자유롭고 당당한 女에 영감…해방감 느꼈으면"

[서울=뉴시스] 로드(Lorde). (사진 = Thistle Brown·유니버설뮤직 제공) 2025.06.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로드(Lorde). (사진 = Thistle Brown·유니버설뮤직 제공) 2025.06.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뉴질랜드 출신 얼터너티브 싱어송라이터 로드(Lorde·엘라 마리아 라니 일리치 오코너·29)를 국내에서 대면한 한국 팬들은 그녀를 눈물로도 기억한다.

첫 내한공연이었던 지난 2017년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 무대에서 정규 2집 '멜로드라마'(2017) 수록곡인 '라이어빌리티(Liability)'를 부르기 직전 이별, 외로움 등에 대해 담담하게 고백한 그녀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10대라는 챕터를 막 벗어나 20대로 접어든 뮤지션의 진심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만 17세이던 2013년 정규 1집 '퓨어 히로인'으로 데뷔한 로드는 그 해 싱글 '로열스'(Royals)로 빌보드 싱글 차트 9주 연속 1위에 오르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 곡으로 이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와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를 받으며 차세대 그래미 여왕의 자리를 예약했다.

하지만 쉽게 가거나 되풀이하면, 로드가 아니다. '퓨어 히로인'에서 음악적 영민함을 보여준 그는 20대에 접어들면서 발매한 '멜로드라마'에서 직설적이면서도 섬세한 파티걸 면모를 보여줬고, 정규 3집 '솔라 파워(Solar Power)'(2021)에선 본인을 세상에서 고립시킨 뒤 자연에서 여러 아픔을 이기는 방법을 찾고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4년 만인 27일 발매한 정규 4집 '버진(Virgin)'은 또 분위기가 다르다. 10대 후반 청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아픔, 혼란을 다룬 '멜로드라마'의 성숙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30대를 코 앞에 둔 20대 후반의 불안감이 스며들어 있다. 

그 중간에 위치한 '솔라 파워'는 톱 스타 로드와 일상의 로드를 합치려는 시도였다. 이에 대한 어려움을 절감한 로드는 이번에 '순수한 자아'에 더 집중한다. 

'솔라 파워'에서 물질 문명에 대한 날카롭게 비판했던 그는 '버진' 발매 전 마지막 공개 싱글인 '해머(Hammer)'에서 인생에 대한 답을 굳이 알지 않아도 괜찮다고 털어놓는다.

'퓨어 히로인'과 '멜로드라마'에서 로드는 또래보다 성숙해보였다. 음악적 전환점인 '솔라 파워'를 거친 뒤엔 ~처럼 보이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성숙해졌다. 앞서 발매한 '버진'의 각각 첫 번째 두 번째 싱글인 '왓 워즈 댓(What Was That)'과 '맨 오브 더 이어(Man of the Year)'에서 명성과 젠더에 대한 자신의 고찰을 풀어놓는다.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레이브(rave) 풍의 일렉트로닉 사운드, 신시사이저가 주축이 된 앰비언트 풍의 음악이 중심을 이룬 가운데, 발라드 비중이 높고, 웅장한 코러스도 풍성하다. 트랙마다 리듬감도 특별하다. 섭식장애를 다룬 곡은 '브로큰 글래스(Broken Glass)'도 떼창이 가능할 정도로, 귀에 감긴다. 음악적으로 대중적인 요소까지 아우른 앨범에서 자신의 정체성, 가치관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가감 없이 꺼내는 용기는 거창한 자의식이 아닌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대목에서 로드 이후 10대 때 팝스타가 된 빌리 아일리시,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미래를 본다.

이런 부분들에 공감대하는 대중 역시 많다. 지난 4월 뉴욕의 게릴라 공연에서 사람들이 몰려 들어 큰 혼란이 일었던 이유다. 로드는 최근 동남아·국내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사람들과 연결되고, 새롭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제 자신을 시험해볼 수 있었어요. 그 자체로 너무 멋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답변마다 진지했지만 여전히 천진무구했고, 지난 여정을 긍정하면서도 완전한 새로운 항해를 꿈 꿨다. 다음은 로드와 각국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

-뉴욕에서의 깜짝 공연, 런던에서 팬들과 댄스타임, 오클랜드의 화장실 서프라이즈 팝업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경험들이 어떤 느낌이었나요?
[서울=AP/뉴시스] 로드(Lorde) 정규 4집 '버진(Virgin)' 커버. (사진 = 리퍼블릭 레코드 제공)

[서울=AP/뉴시스] 로드(Lorde) 정규 4집 '버진(Virgin)' 커버. (사진 = 리퍼블릭 레코드 제공)

"정말 특별하고 놀라웠어요. 이 앨범을 만들면서 제 상상 이상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졌는데, 팬데믹 시기에 '솔라 파워(Solar Power)'를 발표한 뒤로 그런 직접적인 교감과 친밀감이 그리웠거든요."

-최근 미국과 유럽을 도는 '울트라사운드 월드 투어(Ultrasound World Tour)' 계획도 발표하셨죠. 이번 투어를 통해 팬들과 다시 만나게 될 텐데 기분이 어떠세요? 또 혹시 투어 전에 하시는 준비나 루틴이 있다면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정말 감격스러워요. 팬들의 반응에 감동받았고요, 루틴이라면 몇 가지 있어요. 공연 전에는 항상 메모를 하면서 그 날의 마음가짐이나 의도를 정리하고요, 초를 켜기도 해요. 그리고 항상 투어 전용 향수를 뿌리는 습관도 있죠. 몸을 최대한 편안하게 하고, 이 소중한 경험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해요. 이런 기회는 정말 드물고, 결코 당연한 게 아니니까요."

-'버진'을 만들면서,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앨범을 통해 저는 정말 제 안의 온전한 힘을 발견하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엔 스스로를 강하다고 느끼기 어려웠고, 제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기도 힘들었어요. 이번에는 제 내면과 스스로의 야망, 그 동안의 여정까지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앨범을 만들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작업했어요.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기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과 조상들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했어요. 그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자랑스럽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결코 가볍게 만든 앨범은 아니에요."

-'왓 워즈 댓' 가사 중 '17세 때부터 너에게 모든 걸 줬어'라는 부분에서 영감을 얻어 질문드려요.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17세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모든 일엔 다 이유가 있다'는 말을 믿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정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설령 그게 힘들거나 두렵거나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그건 잘 하고 있는 거라고요. 모든 게 인생이라는 여정의 일부인데, 특히 그 시기에는 모든 게 정말 혼란스럽게 느껴지잖아요. 그럴 땐 잠깐 멈추고 스스로에게 '모든 건 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나고 있어. 넌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줘야 해요. 그리고 '너 귀엽다'라고도 말해줄 것 같아요. 그땐 몰랐는데, 지금 보면 정말 애기였더라고요."

-'맨 오브 더 이어'는 2023년 'GQ 맨 오브 더 이어' 파티에서 영감을 받으셨다고 들었어요. '버진[' 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들도 비슷하게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 있을까요?

"물론이죠. 저는 곡을 쓸 때 여러 순간들을 조합해서 쓰기도 하고, 한 시간, 1분, 또는 하루를 완전히 캡처하려고 하기도 해요. '버진'에는 두 가지 방식이 섞여 있어요. 예를 들면 '클리어 블루(Clear Blue)', '해머' 그리고 '맨 오브 더 이어' 같은 곡들은 정말 특정한 순간을 사진처럼 담아내려고 했기에, 곡을 들으면 '아 이때 얘기구나' 하고 느껴질 거예요. 반대로 '왓 워즈 댓', '페이보릿 도터(Favorite Daughter)', '이프 쉬 쿠드 시 미 나우(If She Could See Me Now)' 같은 곡들은 다양한 기억들을 조합한 형식이에요."

-보통 음악은 아티스트의 나이에 따라 변한다고 하잖아요. 저 역시 로드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한 사람으로서, 이번 '버진'은 데뷔 앨범인 '퓨어 히로인'과 비교했을 때 어떤 성장을 보여주고, 어떤 점이 닮았거나 다른가요?

"10대였을 때의 저는 용감하지만 수줍은, 늘 숨어있으려는 사람이었어요. 제 작업 전반은 '앞으로 더 나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노래하는 제 목소리에 대해 훨씬 자신감이 생겼고, 프로덕션에서도 사운드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요. 가사도 이전보다 덜 은유적이고, 덜 모호하고, 오히려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려 했어요. 지금은 좀 더 제 자신을 드러내는 편인 것 같아요. 이제 수줍음은 덜하지만 아직도 대중 앞에 나서는 건 어려워요. 여전히 스스로를 감추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는 점점 더 용감해지고 있어요."
[서울=뉴시스] 로드(Lorde). (사진 = Thistle Brown·유니버설뮤직 제공) 2025.06.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로드(Lorde). (사진 = Thistle Brown·유니버설뮤직 제공) 2025.06.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환경단체 '리버브(REVERB)'와 협업해 친환경 투어를 진행하셨고, 남극 탐험 후 '솔라 파워(Solar Power)'를 발매하셨는데요. 최근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환경 이슈는 무엇인가요? 또 왜 아티스트가 환경 문제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음, 글쎄요… 솔직히 말하면, 요즘 로스앤젤레스(LA_에 있다 보면 이런 생각을 안 하기가 어려워요. 올해 산불이 정말 끔찍했고 계절에도 맞지 않게 발생했거든요. 그런 일들을 계속 생각하게 돼요. 뉴질랜드에서도 최근에 매우 강력한 기상이변들이 있었고요. 저는 '솔라 파워' 앨범을 만들면서 자연과의 연결을 훨씬 더 깊게 느끼게 됐어요. 그리고 그게 제 삶의 감정적인 부분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 같아요. 물론 환경에 대해 의식하고 살아가려다 보면, 가끔은 내가 하는 노력들이 너무 작고 무력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그런 행동들이 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느냐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환경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면, 그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뮤지션들이 이런 문제에 왜 신경 써야 하냐고요? 우리가 함께 겪는 고통스러운 문제들 앞에서 뭔가 할 수 없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음악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감정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수 있어요.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진심으로 음악이 그런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계속해서 음악을 만들고, 환경에 대한 생각도 멈추지 않으려고 해요."

-'솔라 파워'에서 '버진'까지 치유의 여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각각 별개의 여정인가요, 아니면 로드의 다양한 버전을 보여주고 있나요?
 
"와, 정말 멋진 질문이에요. 두 앨범은 각기 다른 제 모습들을 반영한 것 같아요. '솔라 파워'는 음악을 통해서 보여줄 수 없었던 제 안에 있는 사적인 부분을 보듬어준 앨범이에요. 제가 가꾼 정원에 있는 저, 저녁 식탁에 앉아 있는 저의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대중 앞에서의 제 모습을 몇 년간 신경 쓰다 보니 제 사적인 모습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반면에 '버진'은 정말 다섯 살 때부터 10대, 20대까지의 저를 치유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어요. 순식간에 뒤바뀐 삶에 기쁘면서도 압도당했던 시절의 저, 2023년에 신체 이미지(body image)와 섭식장애로 힘들었던 저, 그리고 2024~2025년에 미래를 향한 희망과 에너지를 느끼는 저까지요. 이 앨범은 정말 하나의 여정 같았어요. 저는 이걸 퀘스트(quest)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일종의 미션을 수행하는 것 같았어요. 진짜 저 자신을 믿고, 앞으로 오랜 시간 살아갈 집 같은 환경을 만들고자 했던 거죠. 저는 이 앨범을 정말 너무 사랑하고, 제 인생에서 가장 사적인 동시에 자랑스러운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제 다양한 면모를 모두 반영하고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아름다운 여정이었습니다."

-요즘 많은 아티스트들이 로드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잖아요. 과거 앨범이 끼친 문화적 영향에 대해 Lorde 본인은 자각하고 계신 가요? 그리고 그게 지금 음악에도 영향을 주나요?

"와… 사실 그런 피드백은 언제나 정말 감동이에요. 진심으로 너무 감사하고,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특히 그런 말을 해주는 아티스트들을 보면 저도 그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예술이란 건 결국 서로서로가 연결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서로의 작업과 일종의 대화를 하는 과정이기도 하죠.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업이 저에게 영감을 주고, 그 덕분에 저도 내 목소리를 찾을 수 있었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최고의 순간들이죠. 아까 말씀 주셨던 그런 피드백을 들을 때면 정말 감동적이고, 속으로 '설마 나 얘기하는 거 맞아?' 하게 돼요."

-이번 '버진' 앨범에는 여러 명의 프로듀서들이 참여했는데, 그중 한 명이 드본테 하인즈(Devonté Hynes·블러드 오렌지)잖아요. 함께 작업했던 경험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데브(Dev)는 정말 친한 친구예요. 대단한 뮤지션이고, 저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는 존재기도 하죠. 이번 '버진' 작업할 때 저는 그를 제 '뮤즈'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그는 여러 악기를 자유롭게 연주하는데, 스튜디오에서 정말 자연스럽게 다양한 악기를 들고 이것저것 시도해요. 무심코 연주한 것들이 다 너무 훌륭하죠. 그의 감각을 앨범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는데, 특히 '맨 오브 더 이어(Man of the Year)'에서 첼로를 직접 연주해준 게 정말 기억에 남아요. 스튜디오에 첼로 활을 들고 와서 연주했는데, 정말 아름다웠어요. 스튜디오에서 그렇게 큰 첼로와 함께할 기회는 드물거든요. 그건 '데브'가 처음 배운 악기기도 한데, 제 친구가 처음 배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 경험을 정말 특별했어요."

-로드의 음악을 들으면 목소리와 음악 스타일 덕분에 몰입감이 엄청난데요, 그런 스타일 외에 지금까지 쭉 유지해온 음악적 주제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 새롭게 시도한 점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마지막으로, '버진'을 들은 팬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는지도 알려주세요.
[서울=뉴시스] 로드(Lorde). (사진 = Thistle Brown·유니버설뮤직 제공) 2025.06.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로드(Lorde). (사진 = Thistle Brown·유니버설뮤직 제공) 2025.06.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와, 정말 좋은 질문이에요. 팬들에게 이번 앨범을 통해 삶이 어떻게 보이는지 보다 '느껴지는지'에 더 집중하길 바라요. 겉모습보다는 내면의 감각, 그리고 자신의 몸 안에서 자유롭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을요. 제 음악의 경우 언제나 강렬한 이미지, 기억, 통찰을 제공하는 것 같은 느낌이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제게 익숙한 음악적 언어를 사용하는 편이죠. 또 저는 리듬에 굉장히 집착하는 편이에요. '로열스(Royals)'에서도 오직 드럼 소리와 제 목소리만 들리잖아요. 제일 좋아하는 악기가 드럼인데, 앨범이 나올 때마다 리듬과 관련된 부분 역시 계속 다듬어지는 것 같아요. 이번 '버진' 앨범도 그런 리듬감이 더욱 세련되게 발전된 앨범이에요. 새로운 시도도 가득하지만, 동시에 오랜 시간 쌓아온 음악적 기반 위에서 만든 앨범이기도 하죠. 그리고 항상 보컬에 화음이 들어가는데, 이번 앨범에선 단순한 화음으로 최소한의 터치만 넣었어요. 전반적으로 좀 더 단순하고 간결하게 느껴졌으면 해서 필요하다고 느낄 때만, 정말 꼭 필요한 만큼만 넣었어요. 예를 들어 화음이 필요할 때면, 딱 하나의 화음만 넣거나 했죠."

-컬래버레이션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그리고 그 이유는요?

"사실 전 이미 꿈꾸던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감독, 디자이너, 프로듀서, 뮤지션들까지 모두요. 콜라보를 했을 때 최고의 경우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결과물이 나왔을 때인데, 그 상대는 종종 예상치 못한 사람일 때도 많아요. 예를 들면, 찰리(Charli XCX)와 협업은 전혀 예상 못했는데, 제가 그녀의 리믹스에 참여했던 곡은 지금까지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예요. 그래서 요즘은 누가 될지를 굳이 예상하지 않아요. 좋은 인연을 만나면 공감대를 쌓고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지금까지 해오신 중에서 가장 큰 예술적 도전이나 시도는 무엇이었고, 그게 어떤 결실로 이어졌나요?

"그건 아마 '왓 워즈 댓' 뮤직비디오였던 것 같아요. 저는 늘 정교하게 작업을 계획하는 편인데, 그 비디오는 완전히 즉흥적이고, 즉석에서 일어난 상황에 따를 수밖에 없었거든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위험이 따랐기 때문에 해내기 어려웠어요. 원래 뉴욕 워싱턴 스퀘어 파크(Washington Square Park)에서 행사를 기획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경찰이 막아 섰어요. 행사를 못하는 것도 곤란했지만 뮤직비디오 공개 하루 전에 마지막 부분을 촬영해야 했던 상황이라 굉장히 긴박했죠. 과연 내일 뮤직비디오 공개를 할 수 있으려나 싶었어요. 하지만 그 순간에도 뮤직비디오를 공동기획한 친구 테리(Terry)와 함께 침착하게 얘기를 하면서, 그가 '어떻게든 잘될 거야, 이건 진짜니까' 라고 말해줬어요. 결국 다 잘 풀려서 정말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왔죠. 솔직히 없던 흰 머리가 생길 정도의 스트레스였지만, 정말 성공적인 도전이었다고 생각해요."

-각 앨범마다 분명한 메시지를 담아 오셨는데, '버진'에서 가장 중요하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그건 바로 '해방(liberation)'이에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대로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그게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믿어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자유롭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여성들을 보면 영감을 받곤 해요. 그래서 팬분들도 그런 해방감을 느끼셨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동남아와 한국의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여러분의 꾸준한 응원과 사랑에 정말 감사드려요. 여러분이 주시는 그 응원 언제나 느끼고 있고, 방문할 때마다 항상 환영받는 기분이에요. 다시 돌아가서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이 자리에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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